뚠자가 요즈음 단행본으로 된 책을 읽으며 가장 오랜 시간이 걸린 책일 것이다. 사실 요즘 대상포진 후유증으로 통증이 지속되고 있으며, 회사에서는 담당 업무의 변경으로 시간을 많이 내기도 어려운 상황이 되어서 그렇다.
이 책은 우리 시대의 최고 화두 중의 하나인 인공 지능에 대하여 나름 새로운 시각으로 들여다 보고 있다.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시대별 분류는 제1 시대는 불의 시대, 재2 시대는 농업의 시대, 제 3 시대는 글과 바퀴의 시대, 제 4시대는 인공지능과 기타 신기술의 시대로 분류한다.
대부분의 분류는 글과 바퀴 대신에 산업 혁명 부분을 꼽는데, 이 저자는 글과 바퀴로 구분을 한 점이 특이하다 하겠다.
시작은 지금의 인간이 이처럼 발전할 수 있었던 근본 원인으로 ‘불’(fire)을 이야기하고 있다.
뚠자의 생각과 너무나도 일치한다. 그래서 조만간 불이 어째서 인간사에 그렇게 중요한 의미를 갖게 되었는지에 대해 몇 자 적어 볼 생각이다.
불과 함께 농업, 바퀴, 글 등이 어떻게 인류를 발전시켜 왔는지 간략하게 과거를 돌아 본 저자는 바로 태세 전환을 하여 인공지능의 초점을 맞춘다.
특히나 현 수준의 의식이 없는 한 종류에 특화된 인공 지능과 앞으로 벌어질 것이라고 많은 이들이 예상하는 의식을 가진 인공지능을 명확히 구분하여 이야기를 전개한다.
여기서는 의식이 있는 인공 지능을 AGI로 부른다.
저자의 주장하는 바에 따르면 구글의 알파고나 IBM의 왓슨 같은 인공 지능의 추가적인 발전은 얼마든지 더 가능하고 또 진행 되겠지만, 인간과 같은 수준의 의식을 가진 즉 무엇인가 욕망을 지닌 AGI는 발전하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리고 있다.
결국 모든 인공 지능은 정해진 부분에서는 탁월한 능력을 발휘 하겠지만 어디까지나 프로그래밍된 내용에 의지할 뿐이며, 결국 인간에 의해 이용되는 수준을 벗어나지 못한다는 것이다.
책의 후반부에 가면 여러 유명한 저자들의 저서를 짜집기한 듯 익숙한 내용들이 나온다.
그 중에서 눈여겨볼 부분은 인간의 장수(오래 사는 것)내지는 영생에 관한 부분이다.
AGI는 궁극적으로 나오지 않을 것이며 인간 의식을 컴퓨터에 업로드하여 영생을 추구하려 하겠지만 아직은 기술적으로 많은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는 점이다.
그러면서도 인위적인 구조물에 의한 신체의 변화가 생기더라도 이는 결국 인간의 또 다른 모습이라는 생각을 내비친다. 어디서 많이 들어 본 내용이지 않은가?
이 부분은 <특이점이 온다>의 저자인 레이 커즈와일과 완전히 같은 견해라고 볼 수 있다.
인공지능에 대해 주제를 잘 잡고 써 내려가다가 삼천포로 빠져버려 참으로 아쉬운 책이기도 하다.
특히 AGI가 구현되지 않을 것이라는 논리 확장 부분에서는 닉보스트롬의 <슈퍼 인텔리전스>와 같은 전개를 보여줬기 때문이다.
그러나 딱 거기까지가 한계였던 모양이다. 인간의 욕심이나 국제관계, 부의 불균형 같은 부분은 충분히 생각하지 않았음이 분명하다. 아니 알면서도 속이는 것이라고 보인다.
인공지능 로봇의 발전으로 인간의 직업은 줄지 않을 것이라는 견해를 교묘하게 말한다.
설사 인공 지능 로봇들로 인해 인간이 모두 일자리를 다 잃게 되더라도 인간은 노동을 하지 않고 로봇들이 대신 일을 하여 경제가 돌아가면 단지 여가만 즐기면 된다는 무지막지한 발상까지 내비친다.
중간 과정이 다 생략된 생각의 비약이라고 본다.
기술의 발전으로 별도의 다른 직업들이 나온다는 말에는 일부 동의하지만, 그것으로 인해 모든 사람들이 지금 수준의 생계를 안정적으로 유지해 가리라는 생각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왜냐하면 자본주의 특성상 부는 한곳으로 집중되고 있기 때문에 인공 지능 로봇으로 사람의 인건비를 대폭 줄이고 그 이득을 취한 자본가는 그 이득을 다른 소외 계층으로 분배하지 않고 자신의 호주머니에 쌓아갈 뿐이기 때문이다.
국가간에는 어떤가?
기술이 앞선 나라가 그렇지 않은 나라에게 이득을 취하지 그 이득을 공여하지는 않지 않은가?
코로나 사태로 인한 백신만 보아도 그렇다. 미국 유럽같은 곳은 자국 보호만 골몰할 뿐 아시아 아프리카는 안중에도 없지 않은가?
과연 인간이 욕심을 억제하고 다른 부유하지 못한 사람들에게 자신의 부를 자유롭게 나눠주며 다 같이 행복한 생활을 영위하는 ‘인공지능 나눔’이 실현될지에 대해 뚠자는 의심스럽게 생각한다.
아울러 책의 마무리가 어려워서 그랬는지 길가메시 이야기가 나오고 텔로미어 유전자 이야기 도 나오고 그 유전자 조작으로 멋지고 우수한 아이들만 가려서 낳는 이야기도 나온다.
뭐지 제 4의 시대?
요즘 책들은 다 이렇게 다(多)방면을 다루어야만 하는 건지, 책 분량 때문에 다방면을 다루는 건지...
마무리가 좀 그래서 그렇지 앞으로의 인공 지능 발전에 대해 고민하는 분들은 한번 읽어 봄직하다 권하는 바이다.
시작은 용머리, 중간부분은 용허리, 하지만 마무리는 뱀꼬리. 평점 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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