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본지는 꽤 되었지만 이제야 소개해 본다.
처음 책을 펼치자마자 저자는 허리케인으로 박살난 집을 고치는 비용을 터무니없이 높게 부르는 업자는 정의롭지 못한가를 묻는다. 허리케인을 피하려고 피난길에 오른 사람들에게 생수같은 생필품이나 숙박료 등을 터무니없이 높게 올려 받는 행위가 정의로운 것인가 묻는 센델의 이 책은 우리나라에서 상당한 관심을 끌었다.
브레이크 고장으로 질주하는 기차의 기관사라면, 선로 옆에 있던 사람이라면 등의 각 상황별 무엇이 올바른 행동일까를 샌델은 독자들에게 묻는 대목도 있다.
센델은 각 단원에서 본인이 판단하기에 적절하다고 생각되는 예를 들어가며 ‘정의로운가?’에 대한 해답을 제시해 보려고 애쓴다.
특히 가까이는 존 롤스부터 멀게는 우리에게도 익숙한 독일의 엠마뉴엘 칸트를 넘어 아리스토텔레스에 이르기까지 여러 유명한 철학자들의 의견을 나름 정리해가며 '정의로운가?'를 정리해 보려고 노력하였으나, 글쎄 뚠자에게는 말장난 수준으로 보일 뿐이었다.
센델은 마지막장 마지막 단락에 들어가서야 본인의 의견을 이야기 한다. 부의 재분배를 위해서, 공정한 재분배를 위해서 국가가 더 개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렇다. 모든 문제는 바로 부의 재분배와 관련되어 있기 때문이다.
수렵 채집을 하던 생활을 벗어나 농경 사회로 발전한 것도 다 먹고 살기 위해서였고, 약육강식의 무법 천지를 벗어나고자 국가나 정부 형태를 만든 이유도 먹고 살기 위해서였으며, 먹고 살기가 힘들어 사회주의 혹은 공산주의 이념으로 무장하기도 하였고, 그 공산주의를 버리고 자유 시장 경제에 회귀한 것도 결국은 먹고 살기 위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고육책이었다.
2019년 가을 어느 날 뚠자는 독일 예나대학교 교수인 클라우스 피베크(Klaus Vieweg) 교수의 강의를 들을 수 있었다. 변증법으로 유명한 헤겔학파를 많이 공부했다는 피베크 교수는 사회주의(Socialism)가 아닌 사회적 국가(Social State) 상태로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그가 말하는 사회적 국가란 시장 경제를 기존의 자유 상태로 유지하면서 시장으로부터 걷는 세금을 강화하여 소득 하위 계층에게 더 많은 복지를 제공하는 국가를 말하는 것이다. (당연한거 아닌가? 대한민국만해도 이미 진입한 상황으로 보인다.)
그 이유는 자유 경쟁 체제에서는 초기엔 여럿이 자유롭게 경쟁하지만 결국 시간이 갈수록 승자독식으로 굳어져 가기 때문에 한 국가 안에서 소득수준 상위자와 하위자의 차이는 점점 격차가 벌어지고 중간계층은 점점 줄어들고 결국은 소수의 상위 소득자와 다수의 하위소득자로 벌어지며 그 격차는 심각한 수준이 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소득 수준의 극단적 양극화는 심각한 국가적 문제를 내포하게 된다. 부자들은 모든 공적 서비스보다는 본인들에게 최적화된 사적서비스에 몰리게 되고 공적서비스는 가난한자들만 이용하게 된다. 미국을 보면 답이 나온다.
이렇게 되면 모든 서비스 즉 주거에서부터 교육, 교통, 의료등에 이르기까지 공적서비스는 가난한 자들만 이용하게 되면서 더욱 빈약하게 되고 이로 인해 재투자 재원은 빈약해져 더욱 초라한 공적 서비스는 결국 그 순기능보다는 역기능에 매몰될 가능성이 커진다.
그러므로 국가는 소수이지만 막대한 수입을 올리는 상위 소득자로부터 세금을 거두어 이를 하위 소득자를 위해 사용해야 한다는 것인데, 이는 대부분의 국가에서 이미 실행하는 정책이지만, 피베크 교수는 이를 더 중한 정책으로 실현하기를 요구하는 것이다. 뚠자는 이 의견에 격하게 동의하였다.
처음에는 ‘정의’를 다루는 관념적 관점에서 책 이야기를 풀어보려 했는데 결국은 ‘부의 재분배’를 다루는 물질적 관점으로 넘어오게 되었다.
자본주의의 폐해는 이미 익히 알려져 있다. 물론 처음에는 순기능이 작동하지만, 일정 시간이 지나고 나면 결국 앞의 순기능을 다 덮고도 남는 역기능만 남을 뿐이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시간에 경제적 발전을 이뤄낸 우리나라에도 자본주의의 끝이 보이기 시작한다. 대책 없는 소득 양극화와 극단적 이기주의의 끝판인 부동산 문제는 정상적 민주주의 제도 아래에서는 이제 해결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가고 있다.
내 생전에는 아르헨티나 꼴이 안 되어야 할텐데...
이 책은 웬만한 성인들이라면 한번씩 보기를 추천한다. 평점은 8.8
관심있는 분들은 유투브에 샌델 교수의 하버드대에서의 정의란 무엇인가 강의를 한번 보심이...
'책'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 - 올리버 색스 (0) | 2020.11.26 |
---|---|
제 3의 물결 - 앨빈 토플러 (0) | 2020.11.26 |
작고 거대한 것들의 과학 (0) | 2020.11.22 |
음악에서의 위대성 - 알프레드 아인슈타인 (0) | 2020.11.21 |
호모데우스 - 유발 하라리 (0) | 2020.11.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