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명 작가의 <고구려>라는 소설. 김작가는 국수주의자 혹은 민족주의자로 여겨지며 여러 사람들에게 호평과 악평을 받는데 뚠자는 주로 후한 점수를 주는 쪽이다. 뚠자도 민족주의 성향이 다분하다고 생각한다.
아무튼 소설 <고구려>는 서천왕의 죽음과 봉상왕의 즉위와 함께 시작한다. 봉상왕은 나쁜 왕으로 묘사되어 있다. 한마디로 폭군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총명한 자질을 가진, 훗날 왕위에 오를 을불의 도주가 본격적 이야기의 시작이다. 소설은 을불이 북방지역 특히 낙랑이란 곳에서의 생활 등 여러 고난을 거쳐 왕이 되는 과정과 왕이 된 이후 적의 침입을 막아내는 이야기, 그리고 그의 두 아들이 차례로 고구려의 왕위를 계승하는 과정을 묘사하고 있다.
시대적 배경으로 보면 고구려 왕을 기준으로 하면 봉상왕(292년)에서 소수림왕(384년) 까지다.
뚠자는 소설의 구체적인 내용을 말하지는 않겠다. 무려 7권이나 되는 소설의 스토리를 1,500 여자 내외의 짧은 글에 옮기기에는 무리이기 때문이다.
다만 개인적으로 느낀 점 몇 가지를 적어서 읽으신 분들과는 공감을 앞으로 읽으실 분들에겐 약간의 안내 역할을 해보고자 한다.
우선 일부 극성 안티팬들이 역사 왜곡 주장이다. 소설을 소설로 보지 않고 역사로 보는 시각에서 기인한 착각이라 생각한다.
철저히 역사적 사실만을 바탕으로 중심인물의 내적 성격을 묘사하는 것으로 소설을 쓸 수도 있으나 재미도 없고 한계가 너무 많다.
소설 작가는 자신이 독자에게 전하고자 하는 내용을 상상력을 발휘하여 표현할 수 있다. 이것을 가지고 ‘역사를 왜곡했다 판타지소설이냐 역사고증이 덜 되었다’ 라고 까대는 것은 소설의 재미를 스스로 깎아 내리는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소설은 소설 일뿐 오해하지 말자. <삼국지연의>도 <정사삼국지>와는 다른 허구나 설정이 얼마나 많이 들어 있는가? 그럼에도 삼국지 연의는 또 얼마나 많은 독자를 확보 했는가를 보면 된다.
다음으로 소수림왕이 유교와 불교를 받아들이는 대목에서의 묘사이다. 소수림왕(구부)은 자신이 공자의 것보다 더 좋은 ‘이상’을 만들어내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뛰어 넘어야 할 상대들은 세계 4대 성인의 반열에 오른 자들이다. 소설의 내용에 심취해서 표현하면 소수림왕은 내적 한계(백성이 무지)와 외적 한계(유교, 불교라는 수준 높은 사상)와 더불어 물리적 한계(전쟁)까지 감당해야 했다.
1천여 년이 지난 후 세종대왕께서 한글을 발표하실 때 감당해야 했던 현실적 어려움(사대부들의 반발)을 생각해보면 소수림왕의 고민은 실로 어마어마한 것으로 보인다.
문자(한자)도 사상(유학)도 중국으로부터 빌어다 사용해야 하니, 1~2천년을 내다볼 때 얼마나 안타까웠을까 말이다.
이처럼 중국 사상에 너무나 심취해 있다 보니 부지불식간에 중국식 사고 방식으로 편향이 되었고, 물질적 사상(국방, 과학 기술)을 등한시한 위정자 덕분에 나라를 빼앗기고 말았다. 아버지는 노역장에, 형제는 전쟁터에 빼앗기고, 누이는 왜놈들 노리개가 되었지 않은가?
그걸 예상했던 소수림왕이 막아보고자 노력했으나 총명한 천재인 그도 인간인지라 시대적 변수에 대응을 못하고 위대한 사상은 태어나지 못하며 소설은 끝난다.
마지막으로 느끼는 점은 왠지 스케일이 갑갑하다는 느낌이 된다. 타임라인만 보면 봉상왕부터 소수림왕까지 무려 90년이 넘는 기간이고, 지리적 묘사만 보더라도 한반도는 물론이고 선비족의 만주 벌판 북방 지역과 동진과 서진의 중국 본토까지 확장되어 있다.
그러나 왠지 스토리 규모에 비해 소설을 갑갑하게 느껴진다. 그 이유는 아마 소설의 시점 때문으로 보인다. 형식적으로 전지적 작가시점이긴 하지만 거의 봉상왕 이후 미천왕부터 소수림왕에 이르기까지 왕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그러다보니 왕의 시아만큼만 묘사되고 동시 상황에서의 다른 등장인물의 묘사는 극히 제한되어 있다.
부수적으로 나오는 인물들의 행동이나 심리 상태 등을 좀 더 분량을 놀려 묘사하고 그들의 대사가 좀 더 많이 나오는 등으로 작가의 의견을 담았더라면 보다 스펙타클 하지 않았을까 한다.
아무튼 뚠자는 재미있게 읽었다. 7권이나 되지만 단숨에 읽은 것으로 생각한다. 이책은 다소 건조하게 고구려 역사를 모든 이들에게 추천한다.
소설은 소설로서의 재미로 읽으면 충분하다. 더구나 우리의 선조들 이야기 아닌가? 조금 과한 설정도 애국주의의 발로로 생각하고 조금 봐주면서 읽었으면 한다. 평점은 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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