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잘 나가는 첨단기술 중의 하나가 유전자가위(CRISPR)이다. 지난번 소개한 빌 마키 번의 <폴터: 휴먼 게임의 위기>나 소개 예정인 제니퍼 다우드나의 <크리스퍼가 온다>를 보면 유전자가위라 부르는 이 기술이 얼마나 우리의 실생활 옆에 바짝 다가와 있는지를 알 수 있다.
오늘 뚠자가 말하고자 하는 부분은 이 유전자 가위라는 기술의 세세한 실용적 내용이나 위험성 혹은 그 기술적 가치나 향후 전망 등을 논하려고 하는 것은 아니다. 단지 전체적인 느낌에 대해 말하려고 하는 것이다.
인간은 부친과 모친 양쪽으로부터 유전자를 제공받아 성장한 결과물이다. 그 유전자에 담긴 내용의 구체적인 발현으로 키, 피부색, 두뇌의 명석함은 물론 성격 등에까지 이르른다.
유전학자들에 의하면 거의 유전자에 의해 정해진 내용대로 발현된다는 것이다. 물론 성장과정에서의 주어지는 환경에 따라 구체적인 발현 결과는 달라질 수 있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빠져나갈 구멍도 만들어 두는 것이다.
또한 그러한 주장은 대부분 타당성이 있다고 사람들에게 받아들여진다. 예를 들어 키가 2m 이상 거인이 될 수 있는 유전자를 가지고 있어도 성장기에 식사를 제대로 하지 않거나 혹은 못했다면 2m는 커녕 180cm도 되지 않을 수도 있다.
또한 아이큐 150을 넘어 180까지도 갈 수 있는 기능성 유전자를 가지고 태어나도 아프리카의 어느 내전이나 분쟁 지역의 아이여서 아무 교육도 받지 못한다고 하면, 좋은 머리는 구현되지 못할 수도 있으니 말이다.
거디다 ‘돌연변이’라고 하는 특수 상황까지 일어나면서 100% 유전자에 없던 상황까지도 벌어진다. 그러므로 이런게 유전자대로 발현되지 않는 상황이 발생해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어느 정도 잘못된 학문이라고 매도하지 않고 오히려 과학적 관찰 결과라고 동의하는 경향이 있을 것이라고 뚠자는 생각한다.
왜냐하면 과학이라서 말이다. 유전자라고 하는 인간의 몸을 구성하는 세포를 더 깊이 파고 들어가서, 더 비싸고 성능 좋은 현미경으로 관찰하고 가방끈 긴 박사들이 ‘유전법칙’을 발견한 멘델 이후 무려 300년이라는 오랜 시간 연구해온 학문인 유전 과학이 이야기 하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뚠자는 생각한다.
초점을 옮겨 보도록 하자. 흔히 사주팔자라고 불리우는 동양철학은 심심풀이나 혹은 지푸라기라도 잡으려는 마지막 수단으로 취급되는 분야 중 하나로 여겨진다.
단지 태어난 년, 월, 일, 그리고 시간만으로 거의 대부분의 운명이 정해져 있다고 보는 그 분야말로 말도 안 된다는 입장이며 행여 사주명리 기문둔갑 등의 구체적 기술을 적용하여 풀어낸 결과물이 조금이라도 맞지 않으면 엉터리라고 낙인찍기 십상이다.
왜 그럴까? 가방끈이 길지 않을 수도 있는 나이 지긋하신 분들이 복채 몇 만원에 어느 사람은 인생 전반에 걸친 사안에 대해 엉터리 조언을 해서 그런 것일까 아니면 정식 학교에서는 배운 적이 없어 학문으로 보기엔 다소 허무맹랑해 보이는 잡기술 영역이라고 생각해서 그런 것일까?
물론 뚠자는 소위 말하는 역술인이 아니다. 우연히 기회가 닿아 동양철학의 일부인 기문둔갑 그 중에서도 지극히 이론의 일부 내용만 배웠을 뿐, 돈을 받고 누구의 사주를 보거나, 업(직업)으로 삼아 본 적은 없다.
그리고 평소에도 거의 관심이 없었다.
그런데 이와 같은 잡담을 시간 들여 길게 쓰는 이유는, 개인적인 작은 깨달음을 잊기 전에 적어두고 누군가는 같은 삶의 궤적에서 이걸 보는 날이 오지 않을까 해서 몇 자 적어 보는 것이다.
인간의 유전자가 한 사람의 삶의 기본이 되는 신체적 사양(하드웨어적 사양)을 정리해 놓은 것이며 이는 인생의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라고 본다.
반면 동양철학의 사주팔자 역시 그 사람의 삶에 기본이 되는 ‘인생의 길’ 방향(소프트웨어적 내용)을 정리해 놓은 것이며 이 역시 인생의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라 생각을 해본다.
에이 그거 사주보는 사람마다 다 말이 틀리고 심지어 구체적 사안에 대한 결과도 자주 틀려서 엉터리 아니냐며 비난을 들을 수도 있다.
하지만 유전공학자도 사람에 따라 기술 수준 차이가 있으며 장비나 적용 방법에 따라 그 결과도 예상과 다른 경우가 상당수 존재 하지 않던가? 사주팔자 역시 성장과정에서의 환경과 사주팔자 운을 보는 역술인의 내공수준의 차이로 인해 맞고 틀릴 수 있음을 인정해 주어야 한다.
비록 동양철학, 아니 사주팔자 운수를 보는 법이 서양과학에 밀리긴 했으나 이는 최근 300년의 이야기 일뿐이다.
동양 철학은 수천 년을 걸쳐 당대 최고의 두뇌를 가진 이들이 고심하며 연구해낸 결과물이다. 염색체 23쌍으로 인간의 평생 특징을 확정짓는 것이나 사주팔자 여덟 글자로 평생에 걸친 운명을 들여다보는 것이나 거의 비슷한 것이라고 본다.
뚠자가 이런 생각에 도달한 배경은 물론 개인적인 경험도 그렇거니와 스티브 잡스가 죽기 전 스탠포드 대학교 졸업 축사에서 한 ‘점 연결’ 연설 덕분이다.
그리 길게 산 인생은 아니지만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이런 저런 생각을 해보다가 우연히 떠오른 생각이다. 유전공학과 사주운세는 방법론적으로는 거의 같다는 생각 말이다.
기존에 일방적으로 정리 당했던 유의미한 것(유전공학)과 무의미한 것(사주팔자)도 다시금 서로 연결되었음을 깨달았기 때문이라고 답해 본다.
무엇을 깨달았기에 이리 큰소리 치고있나 하겠지만 그리 대단한 것은 아니며 그 내용도 사족이 길어질 것 같아 다음에 정리해 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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