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를 읽은 이후 40여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 중에 내 마음속 영원한 1등 주인공은 언제나 공명 제갈량이었다. 이에 대한 변화는 앞으로도 없을듯하다. 그러나 오늘은 상대적으로 저평가 받았던 중달 사마의에 대한 나만의 생각을 몇 자 적어 보고자 한다.
정확한 자료인지는 모르겠으나 사마의는 제갈량보다 두 살이 더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거의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숙명의 라이벌이였던 셈이다. 사실 제갈량은 소설의 간판급 주요인물이라 유비의 삼고초려 이후부터 등장하여 소설의 후반부를 거의 장식하는데 반해 사마의는 제갈량의 위나라를 향한 북벌을 막아내는 부분에 집중적으로 묘사되어 있다.
하지만 사마의 역시 제갈량 만큼의 명성을 젊은 시절부터 얻었던 모양이다. 조조는 그에게 자신을 신하가 될 것을 강요하였고 그것이 싫었던 사마의는 고의로 자신의 다리까지 부러뜨려 가며 벼슬길을 사양했었던 모양이다. 그러다 계속되는 조조의 협박과 회유에 할 수 없이 세상에 나서게 된다.
비록 사마의를 세상에 끌어내기는 했지만, 조조는 사마의가 보통 인물이 아님을 알고 중용하지는 않는다. 사마의도 가문의 유지만 목적일 뿐 크게 개의치 않는데 세상은 사마의를 조용하게 두지 않을 심산이었던 모양이다.
오래전부터 두뇌가 명석하여 명성이 자자한 양씨 가문의 양수와 가문의 명운이 걸린 싸움을 하게 된다. 양수는 조조의 3남인 조식을 조조의 후계자로 밀고 있었고, 사마의 가문은 조조의 장남 조비를 후계자로 밀고 있었던 것이다. 누가 조조 사후 권력을 가져 가느냐에 따라 둘 중 한 쪽 가문은 무척 위험에 처할 것이 분명했다.
허나 우리는 소설의 내용을 이미 익히 알고 있듯이 장남인 조비가 조조의 후계자가 되었으며, 아울러 라이벌 관계였던 양수는 조조 생전에 참형을 당했다. 너무 똑똑한 것을 티내다가 조조의 심기를 거슬린 것이다. ‘계륵’이란 말이 여기서 나왔다 하니 그 똑똑한 머리로 왜 조조의 성격은 계산을 하지 못했던 것일까?
이렇게 사마의는 조조의 심리상태 마저도 잘 이해하고 있어서 가문이 위험에 빠지지 않도록 관리할 수 있었다. 하지만 정작 가문이 멸문의 위험에 빠진 것은 조조의 죽음 이후였다.
카리스마 넘쳤던 조조인지라 그의 생전에는 모든 권력이 조조에게 집중되어 있었다. 하지만 조조가 죽자마자 차남인 조창이 잠시 권력에 마음을 가져도 보았고, 다른 조씨 친척도 병권을 유지하며 사마의 가문 전체와 권력다툼을 벌이게 된다.
사마의는 제갈량의 북벌을 수차례 막아내며 병권을 틀어 쥐게 되었고 매번 중앙 권력자의 의심의 눈초리를 아슬아슬하게 피할 수 있었다. 가문 전체가 죽음의 문턱을 넘나들었던 것이다.
조조의 죽음 이후 매번 들어선 조씨 가문의 후계자들이 단명을 하게 되니 모든 국가 권력은 자꾸만 사마의에게 집중되었다. 이처럼 신하인 사마의에게 권력이 집중되자 결국은 그 권력의 힘을 이용하기로 사마의도 결심했다. 결국 그가 주인으로 모셨던 조조가 걸어갔던 길과 아주 흡사한 길을 걷게 된다. 제갈량을 상대로 동수는 유지했으며, 당대 천재였던 양수마저도 이겼던 지라 조씨 집안의 인물들은 사마의에게 상대도 안되었던 것이다.
정권을 휘어잡기는 했지만 사마의도 끝까지 조조처럼 직접 황제가 되지는 않았다. 그 일은 조조를 보고 배운 듯한데 황제 자리를 강탈했다는 이름을 역사에 남기지 않으려 한듯하다. 하지만 후대의 유명한 역사가 중 한 명은 조조와 사마의를 뭉뚱그려 직접 찬탈을 하진 않았으나 회유와 협박으로 미망인과 어린아이를 궁지에 몰았다는 비난을 하였다.
후대에 조조가 먹은 욕 만큼은 아니지만 사마의도 매서운 비판을 피하지 못했다 하겠다. 한편 평소에 궁금했던 점은 왜 진나라는 사마의의 장자가 아닌 차남인 사마소의 아들인 사마염이 세운 것이었을까 이다.
의외로 사마의의 장남은 결혼 후 처가 죽은 후 더 이상의 자녀는 없었던 모양이다. 그래서 차남의 자손인 사마염이 황제의 자리를 가져갔던 모양이다.
아무튼 사마의로 대표되는 사마 가문도 멸문의 위기를 사마의의 지략으로 넘기며 천하통일의 대업을 이루었으니 자긍심만 있고 후회는 없을 것이다.
*중국 드라마 '대군사 사마의' 꼭 한번씩들 보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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