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삼국지의 많은 인물 중에 비주류 인물 한 명에 대해 이야기 해 보겠다. 바로 문제아 여포다.
삼국지에서 유래된 말 중에 ‘마중적토 인중여포’라는 말이 있다. 말(馬)들 중에서는 적토마가 가장 뛰어나며 사람들 중에서는 여포가 가장 뛰어나다고 하는 말이다. 무엇이 뛰어나다는 말인가 하니, 장수로서 말 타고 무기 들고 일대일 대전을 벌이는 능력이 뛰어남을 일컫는 것이다.
그런데 그러한 싸움 기술에 최고 수준이라는 여포가 힘과 속도에서 당대 최고라는 말인 적토마의 조합이니 으뜸 아니겠는가? 적토마를 탄 여포의 위용이 얼마나 대단 했겠는가?
사실 삼국지 연의를 보면 일대일 대전이 상당히 많이 나오는데 여포라는 명성에 비해 실제로 승리를 거둔 유명한 장수는 의외로 드물다. 여포의 대단함을 보여주는 장면은 주로 장비와의 대결이었던듯 싶다.
여포는 장비와 두 번이나 맞짱을 떴다. 처음 대결에서는 시종일관 팽팽했으나 다소 여포가 우세한 듯 나온다. 결국 관우와 유비가 가세하면서 3:1 싸움이되자 여포가 피하면서 승부를 보지 못했다.
두번째는 싸움에서도 다시 1:1로 싸우는데 이때는 '쪼다' 형님 유비가 장비를 불러들여 승부를 보지 못했다. 불꽃튀는 승부였으나 장비가 실수할까봐 불러들였다고 묘사되어 있다.
두번 모두 여포는 좋은 말을 타고 싸웠으니 뚠자가 보기에는 장비의 판정승이 아닌가 싶다. 한마디로 할리데이비스와 스쿠터를 탄 사람들의 대결을 상상해 보면 될까 싶다. 마상에서의 칼싸움 시절 말의 능력이 얼마나 중요한지 말이다. 몇 번만 치고 빠져도 일반 말들은 지칠 텐데 적토마가 요리조리 달려 주며 상대를 압박 하는 것이 얼마나 커다란 이점이겠는가?
두 번이나 붙었던 장비에 입에서 삼성가노(三姓家奴)라는 욕이 튀어 나왔단다. 성씨를 세 개나 갖게 된 종놈 이라는 욕이다. 오로지 직진만하는 장비의 성격상 여포같은 인격을 보면 당연히 쌍욕이 나올법하다. 여포가 뛰어난 싸움 실력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비주류가 된 이유는 그를 거두어준 사람을 배신하고 죽이기를 두 번이나 했기 때문이다.
한번도 아니고 두번씩이나 말이다. 이처럼 자신의 작은 이익을 위해 배신을 일삼는 자를 누군들 믿고 파트너로 삼으려 하겠는가?
의외로 진궁이 여포를 도와보려 했으나 여포는 항우급 인물이 아니었고 진궁은 범증과 같은 수준의 인물이 아니었다. 여포는 작은 이익 추구에 급급한 나머지 본인의 명성이나 상호 신뢰에 금이 가는 것은 신경 안 쓴 인물인 셈이다. 거시적 안목으로 현재 사안을 판단하고 명분을 지키고 큰 일을 도모하는 능력이 떨어졌다.
여포가 만약 명예를 존중하고 의리를 중하게 여겼다면 관우나 조자룡 같은 명성을 후대에 남기는 것은 물론 삼국지 연의의 내용 자체도 수정을 해야 할 만큼, 실제 역사도 크게 판도가 바뀌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여포가 첫 번째 양부 정원을 배신한 이유는 명마를 탐해서였다. 말을 탐내 양아버지를 죽인 것이다. 똑같은 적토마였음에도 미렴공 관우는 말 선물을 받기는 하되 주군인 유비를 향한 충심을 버리지 않았으니 참으로 비교된다.
여포가 두 번째 양부인 동탁을 배신한 이유는 초선이라는 미녀 때문이다. 연의에 나오는 이 초선이라는 미녀는 실존 인물은 아니라고들 한다. 아무튼 여포는 동탁의 시녀와 문제를 일으켰다. 그리고 그 이유로 둘 사이가 틀어진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동탁은 여포에게 죽었다.
결과적으로 이야기꾼 나관중은 여포를 기막힌 로맨티스트로 만들어 주었다. 사랑을 위해 배신을 선택했다며 말이다. 좋게 포장해서 로맨티스트이지만 한낱 싸움꾼이고 호색한이며 배신자일 뿐이다.
마지막엔 기개마저도 버린다. 결국 조조와의 싸움에 여포군이 패하자 여포의 부하였던 진궁은 당당히 죽음을 요구한다. 하지만 여포는 여기서도 살아 보겠다고 조조에게 부하로 삼아 달라고 했으니 말이다.
여포의 무장으로서의 가치에 미련이 있던 조조가 주저 할 때 의외로 인간성 좋다는 유비가 단호하게 말한다. “정원이나 동탁의 전철을 보지 않았소?” 너무나 이성적이라는 조조의 주저함과 온화하다는 유비의 냉정한 결론이 대비되는 대목이었다.
삼국지 연의의 일진 중에서도 원탑이었던 여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천성이 경박하여 비주류로 전락하더니 끝내 비참한 최후로 일생을 마감한 여포를 보며 많은 어린 독자들이 깨달음을 얻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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