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단한 통찰력이 묻어 나오는 책이다. 저자의 이름부터 아주 그냥 죽여준다. 제러드 다이아몬드. 저자는 이 책을 쓰게 된 동기를 이야기하면서 시작한다.
기니 섬에서 조류(새)를 연구하는 저자에게 한 원주민이 다가와서 물어보았다고 한다. 그 원주민은 정치인이었다고 한다. “어떻게 당신네들 백인이 우리들(유색인)보다 과학과 기술을 그렇게 발달하게 할 수 있었던 거죠?” 그 질문에 대한 대답이 이 책이라는 것이다.
‘사피엔스’의 저자 유발 노아 하라리는 이 책을 읽고 영감을 얻어 사피엔스를 쓰게 되었다고도 말했다. 그 정도로 이 책은 읽는이로 하여금 상당한 통찰력을 부여해 주며 출간 이후 많은 비슷비슷한 책들이 나오도록 한 빅히스토리 계열 책들 중에서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뚠자는 지금도 비슷한 유형의 책을 하나 읽고 있다. 조만간 소개 할 듯하다.
초반의 내용은 전지구적 관점에서 공평한 출발점 시점을 찾는 것이다. 어느 시점에서부터 문명이 발달하면서 차이가 났을까 하는 부분을 짚어 보려고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다. 저자는 그 시점을 인간이 수렵 채집을 벗어나 농경 생활을 시작한 시기로 거슬러 올라갔다.
여기서 2가지 조건이 선행되었어야 한다. 즉 구대륙(유럽과 아시아)과 신대륙(아메리카) 모두에 인간이 이주를 완료한 상황이라야 하는 것과 농경을 시작했다는 조건이다. 그래서 나온 시점이 대략 1만년전 정도를 출발 시점으로 보는 것이다. 그 시기가 바로 수련 수렵채집을 하던 인류가 정착을 하고 농업을 시작한 시점이라는 것이다.
지구의 곳곳에 인류가 정착을 하고 농사를 짓는 그 시점부터 사실 이미 차별적 상태에 있었다. 작물의 종류나 가축의 종류가 구대륙인 유럽 아시아에 비해 신대륙 아메리카는 너무 차이가 났다는 것이다. 이렇게 된 원인을 저자는 우연한 지구의 환경 때문이라고 이야기한다.
식물이 잘 자라기에 적합한 온대 기후 벨트가 구대륙은 동서 방향의 가로로 길게 연결 되어 있다. 하지만 신대륙은 그 길이가 짧고 적도의 막혀 남북의 벨트가 분리되어 있음을 지도를 보면 명확히 알 수 있다.
자연스럽게 식물종 자체의 분포가 신대륙이 더 적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식물을 먹이로 하는 동물 종이 제한되는 것이라고 이야기 한다. 나름 설득력 있는 이야기라 판단 된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귤만 해도 제주도에서는 잘 자라지만 경기도에서는 잘 자랄 수 없지 않은가? 특히 신대륙은 남북의 연결점이 파나마 해협이 있는 곳인데 무척 좁다. 작물의 씨앗이 자연적인 원인으로 온대지역에서 열대 지역을 통과하여 반대편 온대지역으로 가기는 어려울터이니 인간에 의한 인위적인 이동이어야만 했을 것이다.
당시로 보면 육상을 통한 이동이었을 것이고 통과 지점이 병목처럼 생겼으니 인간은 물론 모든 식물 동물 등이 이동함에도 병목 지점이었으리라는 생각이다.
결국 유럽과 아시아는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통로를 오가며 생활방식이 문화와 문명으로 발전하고 교류가 가능했지만, 신대륙의 인류는 섬처럼 독자적으로 생활양식과 문명을 발전시켜야 했다. 바로 여기서 구대륙과 신대륙의 차이가 생긴 것이라고 저자는 이야기하고 있다.
주어진 수준 즉 식량자원인 식물의 종류, 동물의 종류가 다르며 환경적인 조건과 수준도 다르기 때문에 구대륙은 상대적으로 짧은 시간에 더 발달한 것이라는 이야기다. 신대륙에 거주한 인간이 근본적으로 지능이 낮아서 문명 발전이 안 된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만약 신대륙 사람들을 그대로 두었다면 시간이 흐르면서 구대륙과 비슷한 수준의 문화와 문명에 이르게 될 것이라는 뉘앙스를 풍기면서 말이다. 여기까지는 뚠자도 인정한다.
저자는 구대륙이 신대륙을 압도하는 문화와 문명을 구가했다는 증거(총,균,쇠)로 정복을 이야기 한다. 실제 사례로 400여명의 스페인 군인이 5만여명의 남미 원주민을 기습으로 정복하는 과정을 자세히 묘사했다.
총은 원거리 살상이 가능하며 원주민들이 가졌던 화살보다 살상력이 크고 범위도 넓다. 그리고 스페인 군인이 타는 말은 원주민이 난생 처음 보는 동물이며 크기도 크지만 무서운 속도와 힘을 갖춘 동물이었다. 그런 말을 자유자재로 부리며 기습 공격으로 원주민의 우두머리를 사로잡고 인질로 활용한 전략을 소개한다.
하지만 스페인 군인들이 이미 원주민을 방심하도록 허위 정보를 전달하고 우두머리를 잡아 인질로 활용한다는 기습이었음을 말하는 것에는 상당히 소극적이다. 정말로 400명 vs 5만명의 대결이라면 정복이 가능했을까? 5만명이 아니라 2천명만 가지고도 무더운 밀림으로 끌어들여 장기 지구전만 벌였어도 보급 부족으로 스페인군은 전멸했을 것이다. 아무리 신무기를 가졌더라도 말이다. 우리는 베트남전을 보아서 알지 않는가?
물론 우리는 이미 결과를 알고 있다. 질병이라는 변수가 있어서 원주민의 90% 이상이 사망하여 너무 손쉽게 신대륙은 구대륙에게 패하고 말았다.
아무튼 구대륙과 신대륙의 수준 차이는 역사의 결과만 놓고 보면 명확하다. 구대륙은 신대륙을 식민지화 하고 상당한 약탈을 했으니 말이다.
이어서 저자는 독자들에게 질문을 던진다. 왜 신대륙에 대한 발견을 아시아의 중국이 아닌 유럽이 먼저 했을까라고 말이다. 신대륙의 발견으로 막대한 물질적 이득을 얻음으로 유럽 세력이 문화 문명적으로 치고 나갔다는 이야기인데 어째서 중국은 신대륙 발견을 못 했는가라며 말이다.
저자는 당시 강대국으로 통일되어 있던 중국은 내부에서 정치적 변동으로 인해 대규모 해외 선단을 꾸리는 것을 중지한다.
반면 작은 여러 국가로 분열되어 있던 유럽은 이슬람 문화권에 막혀 육로를 포기하고 경쟁적으로 해양 루트를 찾는 과정에서 신대륙을 발견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물론 저자의 주장이며 이에 대한 뚠자의 생각은 다음편에서 적어보겠다.
아무튼 이렇게 발견된 신대륙의 원주민들의 대부분은 전쟁으로 사망한 것이 아니고 유럽인들이 가져온 질병에 의해 사망하였다. 어마어마한 땅덩어리에 비해 사람이 적다는 점은 역사적으로 중요한 포인트로 작용한다.
방대한 신대륙 경영을 위해서는 대규모 인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부족한 인력을 보충하기 위해 유럽인들의 이주 및 더 많은 대규모 노예 이주가 이루어졌다. 바로 본격적인 인종 갈등을 일으키는 계기가 된다. 물론 저자는 인종 갈등 문제에 대한 논의는 이 책에서 다루지 않는다.
이 정도가 원판의 주요 내용이며 최근 추가된 부분에 한국 팬들을 위해 한일 양국의 대한 고대사적 관점을 서비스 해준다. 문화 문명이 성립되기 이전 고대 동아프리카에서 이주해온 집단은 한반도 북쪽 근처까지 오게 되는데 일부는 남하하여 한반도로 들어왔고 일부는 당시엔 육지였을 것으로 추정되는 동해를 건너 지금의 일본에 정착했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언어학에도 조예가 깊은 저자는 그래서 일본은 북방 계열 언어를 사용하는 것이고, 대한민국은 남방 계열 언어를 쓰는데 이는 신라의 삼국 통일로 일어난 현상으로서 대한민국이 일본과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이유라고 이야기한다. 결국 한국과 일본의 그 뿌리는 같은 요람에서 자른 자란 쌍둥이와 같다는 것이다.
아울러 세종대왕께서 만든 한글은 매우 우수한 문자라고 추켜세운다.
이 책은 고고학 인문학 역사학을 좋아하는 이들에게 적극 추천한다. 분량이 많아서 시간이 부족한 고교생보다는 대학생 이상에게 적합해 보인다. 나름 체계적인 접근으로 인류사의 큰 내용이 담긴 책이라 ‘통찰’이라는 생각을 경험해 보고 싶으신 독자들에게 적극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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