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려 40년도 더 전에 나온 책이다. 대학 다니면서 읽었던 내용은 기억이 희미해져서 얼마 전에 다시 40주년 기념판을 구해 읽어 보았다.
지금 다시 읽어도 처음 읽었을 때 그 명쾌함은 그대로다. 책 내용을 다 다루기에는 본 블로그에 몇 차례에 걸쳐도 다 못 할 정도로 깊이가 있는 책이다.
제일 먼저 주목할 부분은 인간이 단지 생존기계라는 작가의 독특한 해석이다. 지구역사 45억년동안 수많은 생물종들이 생겨났다 사라져갔다. 인간에게 대표적으로 각인되어 있는 생명 종인 공룡조차도 지구의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멸종되어 사라졌다.
그런데 지구의 역사 중 제일 마지막 부분에 등장한 인간은 조금 달라 보인다. 아니 지금까지만 놓고 보면 확실히 다른 종들과 비교해서 너무나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스스로 자기 자신의 철학적 존재를 질문하고 누구도 알려 주지 않은 과학 기술 체계를 스스로 고민하고 여기까지 발전시켜 온 것이다. 단순한 생존 활동에 그치는 여타 동물들과 비교해 봐도 너무 다양하고 지능적 활동을 많이 하는 인간이 겨우 유전자의 생존을 유지하기 위한 잘 만들어지고 진화한 생존기계 불과하다는 것이다.
이 책을 보기 전까지는 그 어떤 책에서도 인간을 최종 목적이 아닌 단순한 수단으로 간주한 것을 본 적이 없었다. 만물의 영장으로서의 인간은 다른 생명체들이 해내지 못한 위대한 업적 을 이뤄낸 자랑스러운 존재였고 칭송을 받아 왔다.
그런데 겨우 유전자라는 그 존재조차도 믿기 어려운 존재가 모든 생명체를 만들어내고 심지어 본인들의 장기적 생존을 위해 각종 동식물 생존 기계를 만들어냈고 인간도 겨우 그러한 생존기계의 한 형태라는 시각은 당시 내겐 정말로 큰 충격이었다. 이러한 개념을 어느 정도 인정하기까지 10년 정도를 더 고민했으니 말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그런 시각도 있을 수 있다고 인정하게 되었다. 하지만 그렇다면 현실에서 이처럼 우주를 향해 로켓을 쏘아올리고 스스로 파국을 초래할 수도 있는 핵 미사일까지 만들어 낼 수 있는 무서운 파괴력을 가진 인간이라는 존재는 유전자의 입장에서 보면 어떨까? 자신들이 만들어 낸 생존 기계 중에서 제일 똑똑한 하지만 통제 불가능한 잘못 만들어진 생존 기계인가 하는 생각도 해 보았다.
유전자는 인간이라고 하는 생존 기계를 너무 지능이 높게 만들어 버렸다. 과소 평가했던 모양이다. 이제는 그 인간이라는 생존 기계는 유전자만이 했던 고유의 기능을 흉내 내고 있다. 유전자 교배와 유전자 가위를 통해 새로운 생명체를 만들어내고 있으며, 기존의 생명체에 제한되어 있던 고유 성질도 자연스럽게 구현해 낼 수 있는 능력을 갖췄으니 말이다.
아마 생존 기계들이 스스로 정해 놓은 법과 양심이라는 제한을 걸지 않았다면 자연에서 보지 못했던 새로운 모습의 생명체라던가, 인간의 유전자 가위를 통한 맞춤형 인간등을 연구라는 미명아래 분만실이 아닌 실험실에서 만들어 냈을 것이다.
인간 생존 기계는 기존의 유전자가 유기체에만 집중했던 새로운 모양의 생명체를 만들어 내는 것을 뛰어 넘고 있다. 바로 인공 지능 기계를 만들어 내기 위하여 전 세계에서 제일 지능이 높은 사람에게 연구비를 주며 개발을 독려하고 있다.
현재의 이 상황은 어쩌면 생존을 위해 노력해야 하는 하인(사람)을 한 종류 만들었는데 너무 똑똑해서 주인(유전자)을 뛰어 넘는 실력을 보이며 하인이 딴 생각을 하는 형국이다. 왜냐하면 하인이 주인이 준 모습(인체)을 벗어던지고 영원한 생명체(사이보그)로 가려고 노력하고 있기 때문이다.
두 번째로 의미있는 개념은 밈(meme)이라고 하는 문화전달자이다. 생물학적 전달자가 유전자 (gene)라고 해보자. 유전자가 만든 각 생존 기계들 사이에는 유전자가 전달하지 않은 각 개체별로 새로 학습하여 공유되는 현상들이 있을 것이다.
대표적으로 개미가 개미집을 짓고, 진딧물 농장을 운영한다든가, 원숭이가 나뭇가지를 이용하여 개미굴에 넣었다가 빼서 나뭇가지를 빨아먹음으로 개미를 먹는 등의 기술같은 것은 유전자에는 없다고 본다.
이처럼 후천적으로 경험이나 학습, 교육에 의해 생명체 종마다의 고유한 문화를 전달하는 전달자가 밈이라고 저자는 이야기한다. 생존 기계가 유전적 코드를 통해 생물학적 정보를 세대별로 전달하는 것에 비하여 밈은 세대와 세대 사이는 물론이고 같은 세대 내에서도 복제와 확산이 가능하다는 특징이 있다.
이 밈이라는 생각 역시 뚠자가 감탄 할 만큼의 탁월한 생각이었다. 인간이 만들어내는 모든 문화적 활동이 밈이라는 전달자에 의한 것이라는 저자의 생각은 문화라는 것도 생명체처럼 간주한 것이다.
문화가 비록 유기체와 같은 방식으로 번식을 하고 세대를 이어가지는 않는다. 하지만 세대간은 물론 동일 세대에서도 번식을 하고 성장을 하는가 하면 역사에서 사라져 소멸되기도 하는 문화를 생명체라는 개념을 확장시켜 보편적인 시각으로 본 것이기 때문이다.
그 외에도 ESS 전략이라고 하여 유전자가 살아남기 위하여 각 생존 기계 별로 취할 전략을 게임 이론을 통해 설명해 주고 있다. 이를 통해 개체별 혹은 개체 안에서의 유전자 분포에 대한 이해가 가능하였다.
참으로 재미있고 상당히 많은 생각을 하게 해준 책이었다. 출판 된지 40년이 지난 요즘에 읽어도 큰 괴리감을 느끼지 못한다. 일례로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 같은 경우는 출판 당시와 지금의 우주 물리학의 발전 수준이 상당한 차이가 있다. 그러한 차이로 현재 밝혀진 내용이 너무 많아 원판 코스모스 내용을 보강해야만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 이기적 유전자는 생명체의 기본적 내용을 색다른 시각으로 다루어서 괴리감 없이 40주년 판을 읽을 수 있었다. 이 책은 난이도가 조금 높은 편이다. 그래서 해설서를 한권 소개해 본다. 일본인이 지은 ‘이기적인 유전자란 무엇인가’라는 책이다. 이 해설서는 앞의 본편을 아주 적절하게 해설해 주기에 추천을 한다.
이 두권의 책은 대학생 이상 모두에게 추천하며 철학적 사색을 원하는 모든 이들에게 강력히 추천한다. 이 책을 써준 저자 리처드 도킨스 선생에게 뚠자가 감사를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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